'정동영 · 심상정 · 기동민 · 허동준 노회찬 선거대책 위원회 참여', '문재인, 노회찬 지지', '정세균 · 천정배 동작을 유세' 뉴스를 접하고 비로소 야권지지자들이 원하던 그림이 선거판에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전략공천(대체 무슨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이른 패배감에 젖어있던 필자를 비롯한 야권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는 듯 하다.


어밴던즈2014


  뉴스를 접하고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건 '어벤져스(Avengers)'였다. 노회찬 · 심상정 · 문재인 · 정동영 등 쟁쟁한 이름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지역구에 이런 인물들이 함께 선거 운동을 한다니. 언론의 '역대급'이란 수사가 빈 말은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사이가 안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않겠습니까"라는 노회찬 후보의 예전 발언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어밴던드(Abandoned : 버려진)'였다. 인물들의 면면이 버려진 자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번 7.30 재보선을 앞두고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씨를 전략공천 하면서, 그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던 기동민씨를 서울 동작을로 끌어올렸다. 그 때문에 기동민씨는 동작을 전 지역위원장이자 20년 지기인 허동준씨와 얼굴을 붉히게 됐다. 경선을 요구하던 허동준씨는 그렇게 버려졌다.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 되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여론이 기동민 후보를 압박할 때, 지도부는 '당대당 연합은 없다'며 모든 책임을 기동민 후보에게 떠넘겼다. 이렇게 기동민씨도 버려졌다.


  이에 앞서 천정배 전 장관은 공천에서 배제되었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이른바 중진 배제론의 벽에 부딪혔다. 경선을 통한 후보 공천을 주장했지만, 전략공천(다시 말하지만 무슨 전략이냐)으로 권은희씨가 후보가 되면서 천정배 전 장관은 버려졌다.


  정동영 상임고문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필자는 정동영 상임고문을 싫어했었다. 우선 열린 우리당 분당 때문이었다. 그가 싫어서 17대 대선에선 사표(死票)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권영길 후보에게 표를 줬다. 노인 폄하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끝에 17대 대선에서 완패한 뒤에는 그것 때문에 욕했다. 표도 주지 않아놓고. 최근 몇 년간 그의 행보를 보면서 그에 대한 시각이 많이 변했다. 국민이 정치인을 필요로하는 자리에 늘 앞장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 그를 용서하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는 당연하단 듯 배제되었다.


  문재인. 아, 문재인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그 분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차기 대권 유력후보로 버려졌다는 느낌은 안들 지 모르나 안철수 대표의 집중적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은 분명해 보인다.


  심상정, 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정치의 아이콘들이지만 실상은 비주류였다. 특히 노회찬 후보의 경우 19대 총선에서 승리, 당당히 재선에 성공하지만 이른바 '삼성 X파일' 공개로 인해 9개월 만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런 그들이 '동작을'을 구하러 왔다. 그들이 '동작을'을 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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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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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새정치 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에게 야권연대를 제안했다. 선거까지 열흘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후통첩이다. 노회찬 후보는 "24일까지 응하지 않으면 노회찬이 사퇴하고 기동민 후보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전까지 무조건 완주하겠다던 모습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선민후당(先民後黨), 국민을 위함이 먼저이고 당의 이해는 그다음일 수밖에 없다"라며 불리해보이는 조건을 수용했다. 이로써 어느 후보로든 야권단일화는 성사되었다. 

 

  새정치 민주연합 때문에 꼬인 야권 단일화 문제가 노회찬 후보의 결단으로 한 매듭 풀리는 모양새다. 꼬인 줄을 풀 때, 첫 매듭을 푸는 일이 가장 힘이 든다. 이제 남은 매듭은 새정치 민주연합의 몫으로 남았다. 결자해지 하길 바란다.


 

  사진 = 노회찬 후보 트위터

   

  이제 누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느냐는 문제 밖에 남지 않았다. 답은 아주 쉽고, 원론적인 물음에서 찾을 수 있다. '왜 야권 단일화를 해야하는가'는 질문이다. 당연히 선거에서 '부패한 여당을 이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2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회찬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경우 나경원 후보가 42.7%, 노회찬 후보 41.9%로 불과 0.8%포인트 차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였다. 야권 단일후보로 기동민 후보가 나설 경우 나경원 후보가 46.5%로 38.4%의 지지율을 얻은 기동민 후보에 크게 앞섰다.


  이제 기동민 후보와 새정치 민주연합의 결단만이 남았다. 이게 웬떡이냐 하고 버텼다간 선거 이후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져야한다. 물론 노회찬이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고 100%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정치 민주연합이 24일까지 버텨서 결국 기동민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다면 100% 패배를 장담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덤. 선민후당(先民後黨), 역시 노회찬.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새정치 민주연합에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 이런거다. 새정치 민주연합 제발 정신 차리자. 민주·진보 세력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노회찬 "24일까지 단일화 안되면 후보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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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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