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뉴스가 또 나왔다. 군 간부들이 술에 취해 사병 한 명을 집단 구타, 중상을 입힌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중·동부전선 육군 모사단 포병부대 K모(35) 상사와 S모(23) 중사, J모 여군 하사 등 일행은 지난 19일 오후 10시 16분께 강원 화천읍내 신협앞 삼거리 도로변에서 인근 사단소속 Y모(21)병장을 집단으로 폭행했다. 폭행의 이유는 자신의 일행과 어깨를 부딪쳤다는 것. 또한 이들이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쓰러진 Y병장의 안면을 짓밟는 등 무자비한 폭행을 계속 했다는 점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만약 어깨를 부딪친 사람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었어도 폭행을 저질렀을까? 또는 부딪친 군인의 계급이 병장이 아닌 위관급, 혹은 영관급 장교였다면 어땠을까? 마치 조선시대 상놈이 감히 양반 앞을 가로 막았다고 폭행하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보인다. 생각할수록 화가난다. 간부는 지휘체계상 상사이긴 하지만 상전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뉴스를 보고 떠오른 사람이 한 명 있다. 필자의 군생활 내내 부대에 함께 있던 황OO 상사. 필자가 지근거리에서 겪은 유일한 한국군 간부였다. 165cm 정도의 작은 키에 다부진 체격으로, 병사들보다 짧고 단정한 스포츠 머리를 고수하던 황상사. 씨름 대회에서 들배지기로 거구의 흑인병사를 넘어뜨린 작은 거인. 병사들의 지지를 받고, 미군들이 엄지를 치켜들던 군인이었지만 남들보다 진급이 느렸던 사람이었다.


  물론 거구의 흑인을 들배지기로 넘어뜨린 장면은 압권이었지만, 필자가 황상사를 존경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황상사는 이등병들에게도 존칭을 쓰던 지휘관이었다. 개인적으로 만날 땐, 농담도 하고 이놈 저놈 하고 부르기도 했지만 공적인 자리에선 'OO야' 대신 이름 뒤에 계급을 붙여 존대했다. 후임들과 함께 있을 때는 조그마한 지적도 함부로 하지 않고, 따로 불러 지적하는 등 인격을 존중해주던 간부였다. 전역을 앞둔 병사들에게는 'OO씨'라고 부르며 깎듯이 대했다. 군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람을 그리 존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일 정도로 병사들을 존중했었다.


  황상사가 병사들을 그리 존중했던 것은 병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달랐기 때문이다. 황상사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직업으로 군인의 길을 선택했지만, 여러분들은 국가를 위해 대가를 받지 않고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그의 눈에는 월급쟁이 간부들보다 의무를 다하는 병사들이 더 존중받을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간부들이 모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사병을 집단 폭행하는 말도 안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황상사 같은 간부, 많지 않다. 윗사람 신경을 써야 진급을 한다. 필자는 늦은 나이에 상사가 된 황상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역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씁쓸하다.

 

  덤. 쓰고 보니 황상사가 내 상상속 인물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그만큼 믿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필자는 군생활 동안 선임들로부터 단 한차례의 폭행을 당한 적이 없다. 물리적 폭행 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행도 없었다. 물론 후임을 폭행한 적도 단 한차례도 없다. 윗물이 맑은 덕이었다.


軍 왜 이러나..간부들 술에 취해 사병 집단폭행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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