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소식이 앞다투어 들려온다. 대선 이후 현대자동차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2000여명의 용역을 투입시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서로 다른 사업장의 3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선 후 꼭 3일만의 일이다. 21일에는 한진중공업의 복직노동자 최강서씨, 그 하루 뒤인 22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직노동자인 이운남씨와 서울민권연대 청년활동가 최경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하필이면 대선 직후에 이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일까?

 

   이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극심한 고통을 견뎌낸 노동자들이다. 그만큼 이번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를 꿈꿔왔다. 대선 결과가 발표된 후 그들이 느꼈을 극심한 절망감, 앞으로 5년동안 새누리당 정부 아래에서 자본가의 폭압에 맞서 싸우며 더 피폐해질 삶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그에 대한 논평조차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한 고위 관계자는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박근혜 당선자가 무언가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뜸 "지금의 상황과 박근혜 당선자가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고 반응했다고 한다. 민생을 살리겠다고 했던 박근혜 당선자와 민생의 가장 밑바닥 노동자의 생명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인가?

 

   물론 세분의 죽음을 모두 박근혜 당선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던 분이 당선 직후 국민의 죽음을 외면하는 태도는 그 말에 진정성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향후 5년동안 노동자들의 신음소리와 자살이 박근혜 당선자와는 무관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두려움이 크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 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은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 정말로 민생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당선인 시절부터 지금 산적해있는 노동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기업들을 향해서도 분명한 뜻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 진보 세력들도 이 참담한 소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애초에 지지 말아야 할 싸움에서 진 것이 문제다. 편을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 편을 나누어 내 책임을 줄이려는 사람들, 그리고 민주 진보 진영이 나누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으며 희생양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싸움에서 진 원인을 분석 할 때가 아니라, 이로 인해 상처입었을 사람들을 보듬고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메시지를 보낼 때다. 여소야대라고 하나, 민주 진보진영의 의석수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적지 않다. 더욱이 그들이 대표하는 민심의 크기는 절대로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룰수 있는 사회 변화를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이야 말로 앞으로 5년간 민주 진보진영이 해야 할 일이고, 그래야만 다음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는 나라는 그 미래가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세사람의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이 자신들의 책임임을 자각하고 빠른 시일내에 이들에게도 온기가 전해서, 또다른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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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해고노동자들 잇단 자살, 박근혜는 논평하나 없다”

[오마이뉴스] 잇따른 노동 자살... "박근혜와 무슨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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