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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7월 9일 오늘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렸다. 기다리던 청문회라서 집에서 하루종일 국회TV를 통해 방송되는 인사 청문회를 시청했다. 보는 내내 답답하고, 화나고, 어이없고,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 후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부끄러울 정도였다. 지금까지 김 후보자에게 문제가 사안은 크게 세가지로 논문 표절 및 칼럼 대필 등 연구 윤리에 대한 것과 사교육 기업에 주식투자 그리고 5.16에 대한 역사 인식의 문제였다. 오늘 청문회도 이 세가지를 중점으로 진행되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많은 부분이 드러났기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과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해야 할 김 후보자는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넘어 갈 수 있을 수준의 해명도 하지 못했고 계속 동문서답을 하고 시간을 끄는 듯한 태도로 도덕성 뿐 아니라 능력면에서도 교육부 장관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없음을 드러냈다.


김명수 청문회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후보의 청문회에 임하는 자세였다고 생각된다. 청문회를 시작하기 전 부터 야당의원들은 화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김명수 후보자가 청문회 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매우 불성실하게 임했기 때문이다. 어떤 자료는 청문회가 있기 전날 밤에 제출했고, 일부 자료는 오전 질의에서 2시까지 제출하기로 하고는 5시가 넘어서 주기도 했다. 심지어 후보자 배우자의 의심스런 계좌에 대한 자료요청에는 야당 위원의 우려와 같이 5시가 넘어서 은행업무가 끝나서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서류를 대신했다. 게다가 이 자료들 대부분이 김 후보자에게 향한 의혹을 밝히는데 필요한 핵심 자료였다는 점에서 자신을 향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자료였다. 청문회가 장관 내정 직후에 갑자기 열린것도 아니고 6월 13일 부터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한달이 있었다. 게다가 6월 17일 부터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언론사를 통해서 나왔던 것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준비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번 청문회를 통해서 김명수 후보자의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부총리나 장관 같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올라오는 보고서를 읽고, 보고를 받은 내용을 이해하고 부처 내의 갈등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서로의 주장을 듣고 그에 대한 판단을 해서 조율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보여준 김명수 후보자의 모습에서는 그런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것 처럼 보인다. 청문회 위원들이 질의에 요지와 아주 동떨어진 동문서답을 하는 것으로 피해가려 했다. 이에 화가 난 설훈 교문위 위원장은 '난청이 있냐?'는 질의를 할 정도였다. 여당 위원들의 쉴드를 쳐주려는 질의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여당 위원들까지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문장 구사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져서 청문회 위원들이 김 후보자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말해보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아니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도 받고 일반 대학교도 아니고 교원을 길러내는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교수까지 하신 분의 문제 이해력과 표현력이 이렇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또한, 김명수 후보자의 해명을 들어보면 이 사람의 도덕성은 정말 일반 상식에서 매우 동떨어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 심지어 위원들이 자료 조금만 보면 들킬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한 두 문장도 아니고, 한 두 문단도 아닌 전체 논문을 거의 그대로 적은 경우도 표절이 아니라고 한다. 논문지도를 한 제자의 논문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2저자로 참여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제자의 논문에 1저자로 등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인다. 게다가 김미영씨의 논문은 자신이 지도하지도 않았고 논문심사 위원으로만 참여한 상황에서 자신의 단독 논문으로 기재했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도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생긴 실수라고 한다. 다른 논문표절 의혹도 당시 관행이라는 말로 해명할 뿐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조차 못한다. 매제가 전무로 일한 회사의 주식거래를 호재성 공시가 있기 직전에 사고 공시 후 팔아 이득을 챙긴 것은 범죄 혐의가 짙다.

 

  김명수 후보자의 역사관 또한 대한민국의 교육을 이끌어야 하는 교육부 장관이라는 자리에 맞지 않는다. 5.16에 대한 김 후보자의 역사관을 묻는 질문에 '교과서에는 군사 정변으로 정의되어 있지만 그 당시 최빈국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대답을 내어놓아 야당 위원들의 우려와 청문회를 보고있는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한 '아직 생존자가 살아있는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고 훗날에 평가가 바뀔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지 50년이나 지난 사건에 대해서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고 하면 도대체 언제 역사적 판단을 할것인가? 혹시 그 생존자가 박근혜씨를 지칭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미 사회적 합의에 따라 역사적 판단이 끝난 5.16 같은 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 대한민국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관을 갖고 있는 사람을 장관에 임명할 수 없다.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길이 없다. 김명수 후보자는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하러 나왔는지도 모르는 듯한 모습이다. 김명수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에 내정되고 사회부총리라는 직책까지 겸임하게 된 데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가슴 아픔 사건이 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내각을 바꾸는 상황에서 내정된 김 후보자는 전 국민이 트라우마를 겪을 정도인 세월호 사건의 발생일도 희생자 숫자도 파악하지 않고, 사회 부총리가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도 하지 않고 청문회에 나왔다. 청문회를 망치더라도 박근혜씨의 뜻만 있으면 임명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던걸까?

 

  정말 윤진숙 장관 인사 청문회 이후 최고의 코메디다.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이 청문회를 보고 든 생각은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김어준식의 음모론을 펴자면 어차피 여론이 나빠져 임명하지도 못할 것 청문회 무력화의 무기로 쓰자고 하여 일부로 얼토당토 않은 청문회 깽판을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후보가 야당 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무시하고 거짓말과 시간끌기로 일관하는 개그 청문회를 본 국민들이 이 제도가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 할 것인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안되는 후보를 가려내기 위해 청문회라는 제도가 있는 것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느낀것은 청문회에 힘이 정말 작다는 것이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위증을 해도 위증에 대한 책임을 크게 지우지 않기에 밥먹듯 위증을 한다. 청문회에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없으니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이유로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늦추는 방식으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아도 호통을 치는 것 외에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정말 내실있는 청문회를 위해서는 청문회의 권한을 강화해야하지 박근혜씨가 주장하듯 청문회의 권한을 줄인다면 청문회가 무력화될 것이다. 이런 코메디를 다시 보지 않으려면 청문회법을 고쳐서 청문회 위원들의 권한을 강화해야한다.

 


p.s.

  집에서 편한옷 입고 TV보는 것만도 힘들 정도의 청문회를 진행한다고 고생하신 의원들(여야를 떠나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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