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탐지기'는 피검사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할때 호흡, 맥박, 혈압 등 몸에 생기는 변화를 관찰해서 피검사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사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일반에도 잘 알려져있다. 몇해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장난감 거짓말 탐지기도 아니고, 국가의 수사기관에서 사용하는 거짓말 탐지기를 속인 여자 간첩이 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뉴스타파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놀러와 거짓말 탐지기


  사건의 내용은 매우 황당무계하지만 간단하다. 국정원은 중앙합동신문센터의 수사를 통해 2012년 말 탈북하여 한국으로 들어온 이시은씨(가명)가 간첩이라고 판단해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이시은씨는 비공개 재판으로 이뤄진 1,2심에서 유죄로 징역3년에 자격정지3년의 형을 받아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의 진술이 상식적이지 않고, 엉터리에, 수많은 헛점들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은 물론 대한민국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검사, 판사, 심지어는 변호사 까지도 이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이시은씨의 진술 중 가장 어처구니 없는 부분이 바로 '거짓말 탐지기 회피 약물'이다. 이 약물을 목뒤와 배꼽에 붙이면 기억이 사라져서 거짓말 탐지기 수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맨인블랙이나 공상 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 약물은 평양 닫긴구역에서 과학자 5명이 만들었고, 거짓말 탐지기 수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북에서 올 때 보위사령부 보위부장에게 받아서 내려왔다고 한다. 이씨가 브레이지어 속에 숨기고 있다가 거짓말 탐지기 수사전 목뒤와 배꼽에 붙여서 거짓말 탐지기 수사를 피해갔다는 것이 국정원의 주장이다. 우선 이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이씨가 국정원의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해서 거짓말을 하고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간첩으로 찍은 이씨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간첩이 아님이 드러나니 말도안되는 이런 소설을 쓴 것이다. 사람의 특정 기억을 없애는 이런 약물이 가능하냐는 뉴스타파 취재진의 질문에 장춘곤 성균관대 약학대 교수는 그런 약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이런 약물을 만들었다면 정말 'MB는 안해본게 없고 북한은 못하는게 없다'는 말이 또 한번 증명되는것이다.
장춘곤 교수 인터뷰

  이들이 이씨를 간첩이라고 인지한 것은 이씨가 옛연인이자 탈북자 출신 반북활동가 최무성(가명)씨를 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 후 조사과정에서 갖은 거짓말과 회유로 받아낸 진술외에는 아무런 드러난 증거도 없고, 심지어 그녀의 진술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그녀가 간첩이라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그 누구도 이 상식적이지 않은 약물에 대해서 재판중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2심 재판에서도 자신의 진술이 강압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이시은씨 간첩조작 사건을 보면 누구나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이 떠오를 것이다. 우연히 그녀가 간첩으로 징역3년에 자격정지3년을 선고 받은 2013년 8월 22일, 유우성씨는 간첩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두사람이 무엇이 달랐는지를 살펴보면 왜 이런 간첩조작 사건이 발생하는 지를 조금은 유추해볼 수 있다.

  유우성씨와 이시은씨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우성씨는 2004년 탈북해서 한국에서 정착해서 산지 오래되었고 서울시 공무원에 채용될 정도로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던 중에 간첩혐의로 잡혔다는 것이고, 이시은씨는 탈북해서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간첩혐의로 몰렸다는 점이다. 다른나라도 아닌 북한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한국에는 어떤 법이 있는지도 모르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국정원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거짓말로 회유와 협박을 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돌아갈 길을 끊어버린 탈북자다. 한국에서 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퇴로가 없는 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추방 될것'이라는 협박을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한 유우성씨의 간첩혐의 무죄에는 많은 조력자들과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준 언론,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우성씨의 간첩혐의의 증거는 유우성씨 여동생의 허위 진술과 조작된 문서임이 밝혀진 중국의 출입경기록등과 실제로 중국에서 찍었으나 북한에서 찍었다고 거짓말했다가 들통난 사진 몇장이었다. 이 증거들이 조작되고 여동생의 진술이 강압에 의한 허위진술이었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김용민 변호사라는 유능한 조력자가 있었고 뉴스타파, 국민TV, 정봉주의 전국구 등 많은 대안 언론들이 이에 관심을 가지고 국민의 눈과 귀를 이 사건에 모아줬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시은씨는 변호사(국선)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진행했지만 변호사에게 진실을 꺼내놓지도 못했고, 변호사도 그녀의 진술에 헛점이 있음을 보고 진실에 다가가려 하기보다는 적당히 형량을 줄이기만 하려고 했기에 2심에서도 유죄판결이 나왔다. 지금은 유능한 변호인단이 그녀의 변호를 맡았지만 사건 심리를 하지 않는 대법원의 특성상 3심에서 무죄가 나오기는 힘들것이라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가 아닌 대한민국 영토를 점유하고 있는 반국가 단체이다. 이는 대한민국 보수주의자들이 북한과 대화하려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노력을 깍아내릴 때 쓰는 논거였다. 이 논거를 확장시키면 불법점거된 땅에 살고 있는 북한 인민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 해석할 수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탈북자라는 이유로 구속영장도 없이 180일을 사실상 구금상태에서 조사하는 것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속해서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이 경찰 10일, 검찰 10일에 연장 10일으로 최장 30일인 것을 감안할 때 위헌적 요소가 있다. 게다가 이들은 조사를 가장한 사실상 수사를 받으면서 변호인의 조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인권 탄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사를 가장한 국정원의 불법적 수사에 대해서 규제를 해야한다. 박근혜씨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을 하기 이전에 지금 탈북자들이 처한 말도 안되는 상황을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그 첫단추는 아마 국정원의 간첩 조작사건을 지시하고 실행한 사람들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처벌일 것이다. 그리고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몇십년 그런식으로 일해온 국정원의 '셀프 개혁'따위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치우고 대북 정보관련 업무 일부 외에 권한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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