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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 '약속'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인기리에 방영중인 미생에서 장백기가 장그래에게 절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던진 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약속을 그대로 믿고 이행하는 사람이 바보 취급 받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번 서울시 유치원 중복지원 취소 소동만 봐도 그렇다.

미생 장백기"최소한 '약속'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최근 몇년간 유치원 입학 경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어왔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원하는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친척들을 총 동원, 최대한 많은 유치원 추첨현장에 출동했다. 이로인해 경쟁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고 그렇게 하지 않은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 교육청은 유치원 중복지원을 막는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안을 내놓았다. 사립유치원을 가··다군, 공립유치원을 가·나군으로 나누어 최대 4곳의 유치원에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중복지원으로 합격 할 경우 입학을 취소하겠는 것이다.

유치원 신입원아 추첨

 

  개선안은 많은 학부모의 공감을 얻었지만, 아쉬움도 남겼다. 우선 시행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유치원의 군별 배치를 유치원 원장의 선택에 맡겨 두니 가군 쏠림현상이 생겼다. 서울시 교육청은 부랴부랴 위치를 주요기준으로 군별로 재배치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게다가 서울시 교육청의 '중복지원 입학취소' 경고에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중복지원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학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장관까지 나서서 혼란을 가중시키니 일부 유치원들은 '지원자 정보를 교육청에 넘기지 않겠다'며 학부모들의 중복지원을 부추겼다. 교육청은 명단을 분석해 중복지원 여부를 밝혀내겠다지만, 일부 유치원들은 학부모가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명단 제출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는 원아 모집 실패를 걱정한 소위 '비인기' 유치원에서 심각하다. 반면, '인기' 유치원에서는 학부모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 추첨에 당첨된 사람들 중 종일반 원아 부모들은 따로 대기 번호표를 뽑으라고 한다. 유치원이 자체적으로 입학 지원을 취소하려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태를 두고 많은 언론들이 서울시 교육청의 탁상행정을 꾸짖는다. 일부 보수매체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초보행정이 대혼란을 불러왔다고 연일 까대고 있다. 물론 이번 서울시 교육청의 일처리가 깔끔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정책에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황우여 장관이고 기름을 얹은 것은 일부 학부모들과 유치원 원장의 이기심이다. 언론은 여기에 부채질을 해댔다.

 

  우리의 준법정신은 세계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매번 불거지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탈법 행위 때문이다. 이들은 법을 지키지 않으며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 괜찮다'고 자위한다. 편법이라는 단어를 동원하며 자신들의 부끄러운 행위를 처세술 혹은 총명함으로 정당화 한다. 법은 완벽할 수 없다. 어느 나라 법이라도 구멍은 있다. 준법 정신이 강한나라들은 이런 법적 허점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편취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한다. 우리나라 같은 준법 정신 후진국에서는 '도덕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말로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파고드는 쥐새끼(특정인을 염두에 둔 건 아님)들을 풀어준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에서, 유치원은 교육부에서 관리한다. 어린이집은 보육이지만 유치원부터는 교육이라는 취지다. 교육의 일선에 있는 유치원 원장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교육자로서의 본을 보이기 바란다. 최소한 '약속'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나.

 

참조

[오마이뉴스] 합격 공 뽑은 어린이에 "네가 금손이로구나"

[한겨레] 추첨 합격해도 걱정..유치원의 도 넘은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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