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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이(이하 비대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새정치연합 내부의 반발과 지지자들의 반대로 또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지난 7.30 재보궐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으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사퇴하자 8월 4일 의총에서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었다. 당내의 역학구조로 인해 비대위원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것 이기는 하지만  MB와 대립각을 세우며 싸우던 투사 이미지의 박영선 의원이었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을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개혁 시킬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도 했었다.

 

  제대로된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새누리당과 맞서 싸워야하는 국면에서 전투력이 강한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한다는 생각에 더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3일 뒤 박영선 원내대표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전격 합의라는 보도를 접하고 무너졌다. 유족들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독단으로 결정하고 말도안되는 법안을 '기막힌 합의안'이라며 '전리품'인양 내어 놓는 모습에 정말로 기가막혔었다.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정치적 압박을 풀어주고 그 부담을 새정치연합으로 가져오는 '신의 한 수'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기댈 곳이 새정치연합 뿐인 가족들은 다시 한번 믿었지만 8월 19일 2차 합의도 세월호 유족들과 상의 없이 덜컥 받아와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모든 정치적 부담과 비난을 새정치연합에 전가했다. 그로인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과 직접 대화에 나서 새정치연합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에 이른다.

 

  이것이 한달 동안 박영선 의원이 원내대표로 활약한 점이라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의 활약이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은 12일 비대위원회 구성과 관련, "(비대위원장의) 외부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란 두 개 축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이상돈 명예교수 내정에 대한 당내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번에도 가장 큰 문제는 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결정을 당 내부 인사들과 충분히 상의 하지도 않고 내렸다는 점이다. 앞의 두번의 실책에서도 소통의 부재가 문제가 되었었는데 그 실패를 통해서도 배운 것이 없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둘째로 이상돈 명예교수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이상돈 명예교수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합리적 보수는 인식에는 동의할 수 있다. 100분토론을 통해서 본 이상돈 명예교수는 사안을 놓고 보는 시각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의 비대위원장이면 당의 방향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인데 당의 정체성과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게다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박근혜 정부 탄생에 큰 역할을 맡았던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온다고 하면 당내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받는 상처들은 어떻게 하려고 이러나. 일본의 성장을 배우자는 목적으로 일본인을 대통령으로 뽑자고 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냐는 얘기다. 이건 그 일본인 개인의 성품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지지자들의 감정을 헤아리지 않는 이런 결정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셋째로 이런 판단의 중심에는 당의 정체성을 좌로 움직이는 바람에 19대 총선부터 지난 7.30 재보선까지의 모든 선거에서 졌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당의 중심을 중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데, 중도라는 실체가 있지도 않은 곳을 향해 날아가기 위해 새정치연합을 걸고 도박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의 정체성을 새누리당에 가깝게 가져간다고 해서 새누리당 찍을 사람이 새정치연합에 표를 주지 않는다. 반면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은 투표를 하지 않거나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 진보 당투표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도로 분류되는 사람은 당의 전체적인 정체성 보다는 무상급식과 같은 선명한 이슈를 더 많이 생산하는 쪽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비슷한 색깔로 간다고 중도 표가 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 지지자들도 갈라져서 흩어지는 정당에 누가 관심을 준다는 말인가.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당의 원내대표겸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이끌어오던 박영선 비대위원이 만들어낸 결과는 실망을 넘어 민망하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이상돈 카드를 보면서 강호동과 유재석이 진행하던 X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X맨으로 선정된 사람은 자신의 편을 게임에서 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 X맨이 누구였는지를 찾는 TV 프로그램이었다. X맨이 아님에도 게임을 못해서 X맨으로 몰리는 출연자들이 종종 있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X맨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인지는 판단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경우라도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인식하고 비대위원장직 뿐 아니라 원내대표직도 내려 놓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그래도 지금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준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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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연합뉴스] 박영선 "진보·보수 공동비대위원장 체제가 좋겠다"

[연합뉴스] 박영선 혹붙이나.."원내대표도 내놔야" 반발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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