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화백의 '미생'을 원작으로 만든 tvN 드라마 미생이 인기 폭발이다. 화제성에서는 물론 시청률에 있어서도 5퍼센트가 넘는 시청률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의 비결에는 탄탄한 원작, 배우들의 열연, 연출자의 능력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공감과 위로(그게 무책임한 위로일지라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방영 된 14화에서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의 고민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연초라 정규직 사원들은 연봉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지난해 성과급이 적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하지만 계약직 사원 장그래는 해당사항이 없다. 설 명절을 맞아 회사에서 정규직 사원들에게는 스팸 세트를 계약직 사원들에게는 식용유 세트를 선물했다. 많이 쳐줘야 5000원 짜리 식용유 세트와 4~5만원 짜리의 스팸 세트는 그 가격 차이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회사에 비정규직 사원들에게 스팸 세트를 사줄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비정규직 사원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낙인 혹은 꼬리표일 뿐이다.

미생 장그래


  결혼관에 대해서 묻는 김동식 대리와 하선생의 물음에 대한 장그래의 대답은 가슴을 후벼판다. "전 계약직 인데요." 몇해 전부터 3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연애, 결혼, 육아를 포기한 세대. 부동산 값은 폭등을 해서 내집 마련은 커녕 전세집 마련도 힘든 상황이다. 지방에서 조차 소형 아파트 전세가가 억대를 넘어가는 실정이니 서울에서는 부모가 왠만큼 부자가 아닌 이상 전세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월급이라고 쥐꼬리 만큼도 못 받는 비정규직이 월 30~40만원이 넘는 월세를 부담해가며 살아 갈 수 없으니 결혼을 포기 할 수 밖에. 결혼에 대한 물음에 계약직이라는 동문서답이 현답이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미생 장그래


  계약직 사원 신분으로 고민하던 장그래는 오상식 차장에게 묻는다. "이대로만 하면 정직원이 되는거죠?" 오차장은 이에 대해 대책 없는 희망 대신 단호하게 안될 거라고 답한다. 기업에서 계약직 사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거의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IT 영업부에서 일하던 계약직 사원도 회사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아 회사에서 나갔다. 현실은 더욱 비참하다. 중소기업중앙회 계약직 여사원의 죽음과 영화 카트로 많이 알려진 일명 쪼개기 계약이 이미 전국적으로 많은 사업장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렇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문제가 되자 박근혜 정부에서 내놓으려는 대책이라는게 기간제 노동자를 현행 2년에서 3년까지 쓸 수 있게 하자는 거다. 이게 비정규직 보호법인지 기업보호법인지 모르겠다.

미생 장그래


   드라마를 보고나서 귓가에 장그래의 작은 외침이 맴돈다."정규직 계약직 신분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계속 일을 하고 싶은겁니다. 우리... 같이... 계속..." 사회는 우리를 계속 갈라놓는다. SKY와 비SKY로, 인서울과 지방대로, 지거국과 지잡대로, 대졸과 고졸로,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저들은 우리가 뭉치면 무서운거다. 그래서 서로 반목하고 시기하게 우리를 나눈다. 힘없는 우리들이 저들과 싸울 방법은 하나다. 우리, 같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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