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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수석부의장은 “담뱃값 인상은 2000원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2000원 인상 원안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서민 증세라는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동안 야당이 주장한 1000~1500원 수준에서 합의될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다. 무능한 새정치민주연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합의였다.


  이번 합의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게 갈렸다. 흡연자들은 분노한 반면 많은 비흡연자들은 환호하고 나섰다. 비흡연자들의 환호와 조롱의 주된 논리는 '돈 없으면 끊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진국에 비하면 2000원 인상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싸다고 한다.


  담뱃값 인상을 이해하려면 우선 담뱃값의 구조를 봐야한다. 담배는 제조 단가보다 세금의 비율이 높은 기호품이다. 현재 담배값 2500원 기준으로 세금의 비율은 62%에 달한다다.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세부담은 총 3318원으로 전체 담배값 중 73.7%가 세금으로 이뤄지게 되는 셈이다. 하루 한갑의 담배를 소비하는 흡연자의 경우 1년간 약 120여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담뱃값에서 세금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국민의 소득 수준에 따라 국가에서 조절을 할 수 있다. 비흡연자들의 주장처럼 선진국만큼 담뱃값을 비싸게 책정하려면 국민의 소득 수준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독성이 있는 기호품이다. 꼬우면 끊으라는 것은 '중독'의 의미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일까? 가격을 통해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개소리를 믿는 것일까? 애들한테 처음에 공짜로 혹은 싸게 약을 주고 중독된 후에 가격을 올리는 양아치들과 현재 국가가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굳이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지 않아도 흡연에 대한 인식은 점점 변하고 있다. 어렸을 적 봤던 테마게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한 편이 생각났다. 흡연을 죄악시하는 사회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설 자리가 없어진 연예인을 그린 에피소드였는데, 최근의 사회 인식 변화도 그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좌석버스에는 자리마다 재떨이가 있었다. 당시에도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는 어른들은 거의 없었던 기억이지만. 음식점, 술집, 다방 등에서 담배를 피는 것이 눈치볼 필요없는 권리처럼 여겨졌던 시절이었다. 최근에는 대중교통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 식당이나 커피숍은 물론 술집이나 PC방에서도 별도의 흡연실을 마련하지 않는한 금연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길에서도 함부로 담배를 피울 수 없다. 대학에 다닐때 한쪽 구석에 마련해놓은 흡연구역에 걸어놓은 '죄송하다'는 현수막이 현재 흡연자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금은 세금대로 더 내고, 본인의 건강을 해쳐가며 한쪽 구석에 쭈구려있는데도 강제로 죄송하다는 문구를 주홍글씨처럼 새긴 것이다.


  사회 풍토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는 말이 아니다.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담배를 배우지 않는 사회가 되는 건 좋다. 다만 흡연자들을 고립시켜 고사시키는 방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다는 허울을 뒤집어쓴 채 '서민 증세'를 꾀하는 꼼수는... 양아치냐?


  비흡연자들의 환호가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연대가 무너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는 비흡연자니까 흡연자들에게 꼼수로 증세를 해도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같은 논리로 주류세를 올리면 애주가를 고립시킬 것이고, 자동차세를 올릴때는 뚜벅이족의 연대를 바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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