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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터졌다. 현대·기아차에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납품하는 경기도 안산의 남양공업이 최근 전라도 출신 배제 채용 공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남양공업에서 해마다 공개 채용 때 이용하는 사이트가 있지만, 이번에는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사원 2명을 채용하는 게 목적이라서 협력 업체 중 한 곳인 인풍글로벌에 의뢰했다. 그런데 그곳에 입사 2개월인 신입사원이 의욕에 가득차 여러 업체의 모집 요강을 살펴보고 취업 준비생 카페 등에 올라온 댓글도 모아서 정리를해서 알바몬에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로 '전라도x'라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한다. 남양공업은 이번 일에 대해 "채용 의뢰를 맡긴 아웃소싱 업체 중 한 곳의 신입 직원의 혼선으로 벌어진 실수"라며 사이트에 사과문을 올렸다.

전라도 출신 채용불가

 

  요즘 무슨 일만 있으면 개인적 일탈이고 실수라고 하는 탓에 피곤하지만 이번 일은 남양공업이나 인풍글로벌의 문제가 아닌 신입사원의 잘못임이 확실해 보인다. 현기차에 납품하며 8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그 중 10퍼센트 정도의 인원이 전라도 출신인 중견기업에서 공고에 저런 말도 안되는 문구를 넣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용 과정에서 남모르게 전라도 출신들을 배제 할 수도 있는데 이런 무리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그정도는 아니라고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신입사원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공개가 된 것은 직원이 의도치 않은 실수인지 모르나 실수로 '전라도x'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인풍글로벌의 권혁찬 팀장은 신입사원이 여러 업체의 모집 요강을 보고 취업준비생 카페 등에 올라온 댓글을 보다 실수로 넣었다고 해명했다. 그가 봤다는 모집 요강과 취업준비생 카페는 일베가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자신은 일간베스트가 일베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얼마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이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하필 전라도인가'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차별이라고 하면 제1순위가 전라도이다. 경상도 차별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전라도가 차별은 그 뿌리가 박정희와 산업화로부터 시작된다. 박정희는 산업화로 나라를 부강하게 한다는 미명 아래 농촌을 파괴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래야 산업화에 필요한 값 싼 인력이 도시로 몰려들어 산업화를 손쉽게 이룩할 수 있으니. 게다가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전라도는 개발에서 소외되었다. 혹자는 경부고속도로 개통이라는 작은 차이로 뭐가 크게 바뀌었겠냐고 하겠지만 시작단계에서 조금의 차이는 무시하지 못한다. 정책적으로 소외되는 지역을 계속 챙기지 않는 이상 조금이나마 있는 자원이 모두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고, 이후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그런 방식으로 흘러갔다.

 

  이런 정책의 흐름과 전라도 차별은 전두환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꽃을 피운다. 1980년 5월 18일, 일베忠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전두환은 국민을 지키라고 세금으로 사준 군화와 총으로 광주의 국민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에 따르면, 전두환과 그를 따르는 미치광이들이 "광주에서 무자비한 살상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지역 시민들이 계엄군의 폭력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당시 광주에서 죽어간 이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조금 더 용감했던 죄로 피를 흘렸다.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그 날 광주에서 피흘리고 목숨을 빼앗긴 이들과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항상 주장한다. 하지만 일베忠들은 민주주의에 무임승차 하면서도 그들을 모욕하고 조롱한다. 어쩌면 타인에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가기 보다는 그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편한 선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들이 이런 차별에 유별나게 군다는 얘기도 한다. 별 일 아니고 별 문제 아닌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거다. 필자는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호남향우회를 예로 들며 전라도 사람들은 자기들 끼리만 뭉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온 세월을 생각할 때, 향우회를 조직하여 자신들 끼리 뭉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는 "대중이가 정권 잡으면 경상도는 박살 난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나라를 박살 낸건 그들이 사랑하는 영삼이었음에도 모든 잘못은 김대중 대통령의 몫이 되기 일 수였다. 그들은 두려웠던 것 같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누려오던 것들을 김대중의 당선으로 호남에게 빼앗길까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자신들이 전라도를 차별 했듯, 김대중이 당선되면 경상도를 차별 할 것이라 생각했던거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계속되는 전라도에 대한 경멸은 정신병 외엔 설명할 길이 없어보인다.

 

  예전에 비해 전라도 차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요즘들어 다시 전라도에 대한 차별이 세지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장기화 되는 불경기에 희생양이, 자신의 화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비겁하게 전라도 출신, 여성, 장애인, 또는 (백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자신의 불만의 책임을 지운다. 이들을 사회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을 주위에 보면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맞서 싸워야 한다. 괜히 내 일도 아닌 일에 휘말리고 싫다고 침묵하는 순간 그들에게 동조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참조

[한겨레] '전라도 출신은 안돼' 채용 공고, 왜 나왔나 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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