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진상조사단에서 '제보조작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첫째, 이유미의 단독범행이다. 둘째, 국민의당은 최선을 다해 제보를 검증했지만 실패했다'로 요약할 수 있었다. 내 말로 바꾸자면, 정치 지망생 하나에 의석수 40석을 보유한 원내 3당이 놀아났다. 최선을 다해 제보자 검증을 한 결과가 겨우 이메일 주소 하나일 정도로 무능했고, 그것 하나 믿고 폭로할 정도로 순진했다. 정치9단 박지원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었던 정당 꼴이 참 우습다.




  나는 이유미의 단독 범행이라는 국민의 당의 발표를 믿지 못한다. 해결되지 않는 의심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첫째, 범죄를 통해 이유미가 얻을 이득이 보이지 않는다.

  범죄의 목적은 뚜렷하다. 문재인의 낙선, 안철수의 당선. 그런데 그로 인한 개인적 이득이 드러나질 않는다. 국민의당의 설명대로 안철수와 이유미가 친하지 않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정치 지망생이라는 이유미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가장 구미에 당기는 이익은 '공천'일 것이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약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의 생각으로 범죄를 실행한다? 


  만약 정치 공작이 성공해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국민의당의 주장처럼 이유미의 단독범행인 경우 이유미는 어떻게 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1. 안철수가 알아서 보상을 해준다.

  2. 범죄 사실을 들고 가서 안철수를 협박해서 받아낸다.

  3.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니 만족하고 입 다물고 산다.



  둘째, 들통날 경우 이유미가 잃어야 할 것은 정치 지망생에게 너무 커보인다.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BBK 관련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살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10년간 피선거권 박탈이다.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과 비교해본다면 이유미가 치르게 될 죄값은 만만치 않아보인다. 모든 죄값을 치룬다 하더라도 증거조작으로 전국민을 기만한 정치인에게 표를 줄 사람은 없지 않을까?


  선거가 끝나면 모든 고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이 말을 범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상대의 넓은 아량을 기대하며 범죄를 저지르자는 것인데, 게다가 실패했을 경우 상대는 대통령인데, 이것만 믿고 실행했을까? 그리고 고소고발 사건들이 취하되는 것은 대게 상대의 아량 덕분이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의해 어느 정도의 딜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범인이라면 이 말을 믿는 경우는 두 가지 밖에 없을 것 같다.


  1.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소 취하를 약속 받는 경우.

  2.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치적 딜을 받아 낼 수 있는 파워를 갖춘 인물에게 약속을 받는 경우.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와의 면담에서 "대선시기에 고소고발 건에 대한 검찰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당에서 당의 관심이 적어 서운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셋째, 이유미가 알기 힘든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은 제보를 신뢰하게 된 근거로 "실제 유학생활을 같이 안 했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유미는 "실제 유학생활을 같이 안 했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을 어떻게 알았을까?


  소설가적 재능이 뛰어났스까? 국정원이 알려줬스까? MB가 알려줬스까?


  누군가가 소스를 줬다면, 한낱 정치인 지망생에게 주는 것은 좀 부자연스럽다. 유력 인사를 통해서 내려간 것이 아니라면.


  넷째, 지도부는 공교롭게도 부재중이었다.

  선거 막판, 다 넘어간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는 이용주 의원의 변명은, 오히려 뒤집기 위해서는 무리를 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초대형 폭탄이 손에 들어왔다. 실제로 의원들과 캠프 인사들을 비롯해 국민의당 전체가 선거 막판 이 폭탄을 곳곳에 터뜨리고 다녔다. 제조사는 확인해야하지 않나?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박지원 대표에게 바이버로 보고를 했다고 한다. 박지원 전 대표는 보좌관이 관리하던 핸드폰이라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최고위원에게서 올라온 핵폭탄급 보고를 보좌관이 자의로 커트했다는 말이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박지원 대표에게 답이 없자 전화로 확인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확인을 했는데, 조작 의심을 하지 못했다. 감쪽같이 속았다'라고 해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굳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보지 못했다고 잡아 뗀다. 마치 봐선 안될 보고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정리하자면, 단독범행이란 국민의당 결론에 따르면 이유미는 정치생명을 건 도박을 한다. 상대는 제일 유력한 대통령 후보. 어떠한 보상도, 안전 보장도 약속 받지 못한 채. 참 대단한 배짱과 충정이 아닐 수 없다. 한낱 정치인 지망생이 조작을 했는데, 그 내용이 개인의 조사로 알 수 없는 정보가 담겨있다. 정보력이든 소설적 상상력이든 참 대단한 인재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정치인 지망생 하나를 잃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한 문장만 바뀌면 이해가 된다. '단독범행이 아니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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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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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공격은 아들 문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한 곳으로 집중됐다. 박근혜 탄핵이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 비리에서 시작된 만큼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주장은 힘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 계속되는 의혹제기에도 흔들리지 않던 지지자들에게 대선을 4일 앞둔 지난 5월 5일 폭탄이 떨어졌다. 문준용씨의 파슨스 스쿨 동료의 증언이 담긴 녹음파일이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문준용씨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이력서를 넣어 공기업에 쉽게 취업을 했고, 그 바탕으로 파슨스 스쿨에 입학했다고 떠벌이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문준용씨를 아는 지인들은 실명을 걸고 사실이 아니라고 글을 올리며 호소했지만, 여전히 익명의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인 양 떠돌아 다녔다. 오늘까지.


  오늘 국민의당은 두번째 폭탄을 던졌다. 그 제보가 조작된 것임을 시인한 것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유미 당원이 조작 사실을 알려왔다며 꼬리자르기를 시전했다. 일개 당원이 대통령 선거에서 그렇게 큰 공작을 혼자 짊어질 수 있었을까? 아니, 무엇보다 안철수가 당선이 된다고 평당원이 얻게될 이득이 있나? 의문이 들던 가운데, 이유미 당원에 대한 기사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이씨는 안 전 대표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교수로 재직 중일 당시 재학생으로 안 전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씨는 안 전 대표가 전국을 돌며 '안철수 현상'을 만들었던 '청춘콘서트'에 서포터즈로 활동했고, 2012년 대선 때는 안 전 대표의 '진심캠프'에 참여했다. 

오마이 뉴스, '문준용 특혜 의혹' 조작 당원은 안철수의 제자



  또한 전남 여수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경선 탈락 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유미 당원은 서울 남부지검 공안부에 소환되어 조사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이유미씨는 지시를 받아서 조작에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씨에게 조작된 자료를 받아 당에 전달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 역시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렸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국민의당 창당과정에서 IT벤처 창업가인 이 전 최고위원을 영입하며 "젊은 IT 창업가들이 마포 당사를 찾아왔다. 천하의 인재가 다 모이는 국민의당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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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의 측근들이 대통령 선거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정작 수혜자인 안철수는 보이질 않는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틀 전인 24일에 해당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안철수와 이틀간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측근과 당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20대 대통령 선거를 구상하고 있는 건지. 지금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는 안철수의 육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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