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조작 파문 보름째, 실종됐던 안철수 전 후보가 카메라 앞에 나섰다. 오랜기간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입장 발표였지만, 여론이 우호적으로 선회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보인다.



  1. 발표시점이 너무 늦었다.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후보는 발표시점이 늦은 것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오판이었다. 만약 오늘 회견문 수준의 발표를 제보조작 사건이 드러난 직후에 했더라면 어땠을까? 반응이 지금과는 천양지차였을 것이다.


  2. 책임의 내용이 너무 모호하다.

  안철수 전 후보는 회견문에서 책임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습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본인은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상 그 내용이 없다. 모든 짐을 짏어지고 간다고 하지만, 결국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 전부다. 현재 안철수 후보는 당대표도, 국회의원도, 대선 후보도 아니다. 이미 대통령 후보로 체급을 키운 상태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참전하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3년이나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안철수 전 후보에게 남은 선택지는 5년 뒤 대통령 선거 밖에 없었다. 마치 엄청난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는 척 했지만, 실상은 빈 깡통을 내려 놓았을 뿐인 것이다.


  3. 의혹에 대한 해명이 단 한 줄도 없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사라졌던 지난 보름 동안 무수히 많은 의혹이 쏟아졌다. 주로 사건의 인지 시점에 관한 것이었다. 박지원 전 대표의 경우에는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안철수 전 후보와 관련해서는 이유미의 "죽을 것만 같다"는 문자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의 면담이 의혹의 대상이 됐다. 제자가 심각한 내용의 문자를 보냈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답을 하지 않았다는 누가 했는지도 모를 해명. 사건이 세간에 퍼지기 직전에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면담을 하며 고소취하 건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알려졌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이유미 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해명만 남아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이 없기에 입장 발표가 끝이 났는데도 찝찝함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인 것이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안철수입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번 제보 조작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무엇보다 저를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선거 과정에서 묵묵히 헌신해주신 당원 여러분, 동료 정치인들께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건으로 심적 고통을 느꼈을 당사자에게도 사과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검찰수사를 지켜보며 깊은 자성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검찰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고통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어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됐습니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검찰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당이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합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을 통해 3당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국민들께서 역사적인 다당제를 실현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신생 정당으로서 체계를 제대로 잡지 못한 한계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검증 부실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습니다.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저의 한계이고 책임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습니다.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습니다. 원점에서 저의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번 사태로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린 국민의당도 혼신의 노력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다당제를 실현해 주신 국민들의 뜻을 준엄하게 받들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리라 믿습니다.

  실망과 분노는 저 안철수에게 쏟아내시고 힘겹게 만든 다당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항상 책임져 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반성과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처음 마음을 되새기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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