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정치인, 아니 정치 대안으로 떠올랐던 2011, 누구도 안철수의 소통에 대해 감히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 당시 기사들을 찾아보니 별 걸 다 '소통행보'라고 한다. 책을 내는 것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모두 소통이었다. 돌아보니 웃기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매체에 나오는 걸 소통이라고 하지 않잖아? '기업 광고를 찍어도 소통행보라 하겠네, 씨바'라고 생각했다.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도 당시에는 안풍에 취해있었기에 소통해주시는 안철수님께 감사했다. 돈과 시간을 들여 '안철수의 생각'을 읽었다. 사실 대단한 식견이 담겨있는 책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뭔가 고마웠다. 이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랬다. 뭐 메시아 같은 거. MB 가카 치하의 엄혹한 세상, 가끔이지만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안성행 첫 차에 몸을 싣는 삶은 피곤했다. 친구들은 시위 한 번 잘못 나갔다가 연행 되어서 군대도 원하는 때에 못가고. 추운 겨울 물대포 앞에서 '온수'를 외치던 그 때, 그때가 바닥인 줄 알았다. 박근혜가 당선될 줄 누가 알았겠나. 어쨌든 명박산성을 세우는 불통시대를 끝내 줄 메시아가 필요했다.

 

  안철수는 소통의 상징이었다. 전국을 순회하며 청년들과 만나 소통하고 공감했다. 나는 가본 적 없지만, 그런 이미지였다. 저 사람은 나이도 많은데, 가진 것도 많은데, 기득권인데도 우리들 목소리를 경청해주는구나. 이런 사람이 정치 지도자가 된다면 단지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을 넘어서 바꿔줄 수도 있겠구나.

 



  안철수의 소통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측근으로 알려졌던 금태섭 변호사의 저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읽게 된 것이다이 책에서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의 소통에 대해 신랄한 문제 제기를 한다캠프의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았고모든 중요한 결정이 비선라인을 통해 결정된다고. 2012년 대선후보 사퇴할 때도,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과정도 공식라인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료 의원들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했던 것 같다. 김광진 전 의원은 팟캐스트 방송 장윤선의 팟짱에 나와 같은 당 의원 50명이 모였는데 안철수와 전화 연결되는 의원이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안민석 의원은 tbs 방송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국정감사 기간 동안 동료 의원들과 밥 한 끼 한 적이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안민석 의원이 밥을 못얻어 먹어 삐친 것처럼 발언을 호도했다. 본질은 동료 의원들과의 소통이 없다는 지적이었는데, ‘혼밥만 남고 뉴스공장은 방심위에서 징계를 받았더랬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소통의 달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이 없기로 유명했다질문을 받지 않는 기자회견은 사실 의미 없다그냥 보도자료를 텍스트와 영상 버전으로 만들어 보내면 그만일 일이다. 국민과 소통하자고 하면서 언론의 질문을 피하면 가가호호 방문하겠다는 건지.


  '제보조작 사건' 국면에서 안철수는 소통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질의응답은 커녕 기자회견조차 없다. 조작에 관여를 했든 하지 않았든 선거의 최종 책임자이자, 범죄의 수혜자인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식 블로그엔 관련 질의를 하면 글이 삭제되고, 댓글이 제한된다. 안철수가 변한 것일까, 2011년의 내가 안철수를 오해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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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형과 글쟁이 동생 쌍둥이 형제의 낙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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