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의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 제보가 거짓이었다는 발표 이후 벌써 나흘째다.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안철수 전의원에 불리하게 흘러간다. 모든 언론이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6년전에도 그랬다. 안철수가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을 기대하며 모든 언론이 그의 입을 주목하던 때였다. 고민하고 있다는 한 마디에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측근으로 알려진 박경철씨는 나꼼수와의 인터뷰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 정말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안철수의 화법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 정치인들의 문법과 다른 안철수 화법에 참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었다.


  정치인이 된 이후로도 변하지 않았다. 답답할 정도로 느리지만 신중한 이미지를 계속 고수한 것이다. 나는 이런 안철수의 특성이 정치인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관이라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 억울한 사람이 없게 판단을 해야겠지만, 정치인은 법관이 아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때로는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결정을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안철수의 입장에서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억울할 수도 있다.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나는 안철수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안철수가 조작을 지시할 정도로 추악한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마지막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수의 국민들도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흘 전으로 돌아가서, 만약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아닌 안철수가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을 발표했더라면 어땠을까? 현재 당직을 내려놓았다는, 이유미의 단독 범행이라는 당위적 변명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 선거 캠프의 수장으로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난다고 발표했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됐을까? 오히려 책임질 줄 아는 리더쉽을 보여줄 기회였을 것이다. 대선은 5년 후의 일이고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것이 정치판 아니겠는가?


  이미 한 차례의 기회는 지나갔다. 정계은퇴를 하더라도 선제적으로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코너에 몰린 이미지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버티는 것 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다. 정치인 안철수는 역설적으로 서울시장 후보사퇴를 통해 탄생했다. 정계은퇴는 역설적으로 정치인 안철수가 죽지 않는 유일한 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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